[2016/06/06] Day 4, 곡소리 가득한 푸엔테 라 레이나 가는 길!
어젯밤, 두 동행님들의 지독한 과음으로 걱정에 잠을 못 이룬 나는, 2시간의 짧은 수면 후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P씨는 팜플로나에서 대학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고 가야한다며 다음 마을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였다. 팜플로나가 큰 도시여서 그런지, 이 곳에서 2박 이상 묵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순례자가 부쩍 늘어난 느낌이었다. 수면시간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멋지게 걸었다. 걷는 속도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처음에 가졌던 마음인, '무조건 빨리, 빨리!'보다는 이제는 동행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져, 뒤쳐진 동행들을 기다려 가며 여유롭게 걸었다. 바로, 이 곳을 넘는 모든 이가 용서하지 못 한다는 용서의 언덕! 그 가파르고도 뜨거운 언덕을, 나는 이를 악물고선 뒤도 돌아..
[2016/06/05] Day 3, 주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어김없이 5시에 일어나 우리 셋은 순례를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였다. 작은 알베르게라 그런지, 욕실, 세면대, 로비 등 어느 곳을 가나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침으로 간단히 토스트를 먹고, 오늘은 Y씨와 나 단 둘이 아닌, 셋이서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Y씨와 나는 순례자들 사이에서 벌써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1. 다정한 한국인 커플 (X) 2. 걸음이 엄청나게 빠른 순례자들 (O) 3. 운동 선수들 (X) 무성한 소문과 함께 순례자들 입에 오르내리는 우리라, L씨가 함께 잘 걸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셋이서 나름 호흡을 맞춰가며 수월하게 걸었다. 한참 걷던 중에, 우리 일행은 한 성당 앞에서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에서 새벽에 배낭을 꾸리다 만났던 한국인 남성 2명 중, 한 명(P씨)과..
[2016/06/02] 순례 D-1, 생장으로 이동하다
4시 40분 경 알람 소리에 깨어 눈꼽도 떼지 않은 채, 숙소 로비로 나오니 순례예정자 두 분이 준비하고 계셨다. 한 분은 순례길 중, 프랑스길 유경험자로, 이번엔 다른 길을 걸으신다고 했다. 다른 한 분은, 오! 어제 밤에 체크인 한, 나보다 세 살 어린 프랑스길 순례 예정자(Y씨)란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동행이 되었다. Y씨에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더니, 거긴 어디냐며, 본인은 거긴 가본 적도 없다고 하였다. 알고 보니,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여행을 하다 온 거란다. 어제 숙소에 묵으신 아주머니 순례객께서 '부다페스트'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으신 거다. 내심, '남자분과 내가 체력이 맞을까?' '생장까지만 함께 이동하고, 순례길을 걸을 때는 각자의 속도에 맞게 걷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