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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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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6] Day 4, 곡소리 가득한 푸엔테 라 레이나 가는 길! 어젯밤, 두 동행님들의 지독한 과음으로 걱정에 잠을 못 이룬 나는, 2시간의 짧은 수면 후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P씨는 팜플로나에서 대학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고 가야한다며 다음 마을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였다. 팜플로나가 큰 도시여서 그런지, 이 곳에서 2박 이상 묵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순례자가 부쩍 늘어난 느낌이었다. 수면시간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멋지게 걸었다. 걷는 속도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처음에 가졌던 마음인, '무조건 빨리, 빨리!'보다는 이제는 동행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져, 뒤쳐진 동행들을 기다려 가며 여유롭게 걸었다. 바로, 이 곳을 넘는 모든 이가 용서하지 못 한다는 용서의 언덕! 그 가파르고도 뜨거운 언덕을, 나는 이를 악물고선 뒤도 돌아..
[2016/05/22] 코임브라 & 나자레 & 리스본의 밤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를 하는 중에, 60대 한국인 어르신을 만났다. 서로 반가운 마음에 한참 이야기하였다. 알고 보니, 내가 다녔던 대학에 재직중이신 교수님의 형이시라고! 세상 완전 좁다. 어르신께서 아침으로 드시던 빵과 커피를 나누어 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나도, 어제 산 과일을 나누어 드렸다. 대학의 도시인 코임브라에 왔으니, 대학교엘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계단을 걸어 올라 대학에 왔는데, 이럴 수가! 가장 중요한 도서관이,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토, 일요일 내내 대학교 졸업식이 있어 인파가 장난 아니게 많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코임브라의 전망을 볼 수 있는 탑으로 가는 길에, 성당을 발견하였다. 마침 주일 미사가 오전 11시에 있다고 한다! 미사는 언어만 ..
[2016/05/21] 안녕 포르토, 대학의 도시 코임브라로!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씻고 스마트폰으로 코임브라(Coimbra)로 가는 레데버스(REDE Express)(9.40유로)를 예약한 뒤 조식을 먹고 10시쯤 나왔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포르토에 온 첫날, 나중에 올 것을 기약했던 마제스틱 카페에 들어왔다. 혼자 식당에 오는것이 이제 조금 수월하다. 가장 유명한 메뉴인 프렌치토스트(4유로)를 시켰다. 비쥬얼이 전혀 토스트같지 않았는데, 식감은 영락없는 토스트이고, 엄청나게 달달하다. 해리포터 서점으로 유명한 렐루서점을 찾다가 엉뚱한 양장점을 렐루서점으로 착각하여 마구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한 현지인 단체가 말을 걸어왔다. '도를 아십니까', '인상이 좋아보이십니다' 등의 수작을 하도 많이 당해봐서, 길에서 말을 거는 이들에게 경계심이 많은 나는 ..
[2016/06/05] Day 3, 주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어김없이 5시에 일어나 우리 셋은 순례를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였다. 작은 알베르게라 그런지, 욕실, 세면대, 로비 등 어느 곳을 가나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침으로 간단히 토스트를 먹고, 오늘은 Y씨와 나 단 둘이 아닌, 셋이서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Y씨와 나는 순례자들 사이에서 벌써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1. 다정한 한국인 커플 (X) 2. 걸음이 엄청나게 빠른 순례자들 (O) 3. 운동 선수들 (X) 무성한 소문과 함께 순례자들 입에 오르내리는 우리라, L씨가 함께 잘 걸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셋이서 나름 호흡을 맞춰가며 수월하게 걸었다. 한참 걷던 중에, 우리 일행은 한 성당 앞에서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에서 새벽에 배낭을 꾸리다 만났던 한국인 남성 2명 중, 한 명(P씨)과..
[2016/06/04] Day 2, 주비리에서 동행을 얻다 둘째날이 밝았다. 5시에 일어나자고 했었는데, 나는 밤새 뒤척이다 결국 4시 반에 깼다. 아무래도 모든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자다보니, 예민해지는 건 사실이다. 생장에서도, 론세스바예스에서도 충분히 자지 못했는데도, 그나마 긴장을 해서 그런지 피곤함을 잊었다. 순례길의 모든 숙소는 혼성 믹스돔이기 때문에 내가 잠귀가 밝든, 예민하든, 모든 것은 사치! 얼른 이 숙소 문화(?)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상쾌하게 씻고 빨래를 걷으러 건조대가 있는 지하로 내려갔는데 이.럴.수.가! 바삭바삭 말라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옷가지에 밤새 내린 비 + 아침 이슬이 축축하게 내려앉은 것이다. 순례길을 준비할 때, 순례자들이 마르지 않은 빨래를 배낭에 주렁주렁 매단 채로 걷는 사진을 보았는데 그것이 나에게 현실이 되었다..
[2016/06/03] Day 1,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오늘의 까미노 : 생장(Saint-Jean-Pied-de-Port) ~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25.6km) 5시쯤 일어나 Y씨는 먼저 씻고, 나는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다. 어제 씻고 잔 터라 간단히 세수, 양치만 하고 나설 생각이었다. 아침 식사로 토스트, 요거트, 바나나를 먹고 길을 나섰다. 일단 순례길 루트를 찾기가 어려웠다. 어디로 가야할지 30분 가까이 헤매다가 구글맵을 믿어보기로 하고,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힘차게 움직였다. 초반에는 순례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다가 갈수록 많아졌다. 무릎 잡고 걷는 여자, 이어폰을 꽂고 인사도 없이 묵묵히 걷는 남자, 스틱 없이도 참 씩씩하게 걷는 여자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이 모든게 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 곳에는 인종..
[2016/05/20] 포르토와 근교 도시 기마랑이스 오늘의 계획은 이러하다. -클레리구스 탑 -상 벤투역~기마랑이스(10:20~11:33) -기마랑이스~상 벤투역(15:48~17:05) -저녁식사, 야경 (동행) 오전 9시반 경 숙소에서 나와 포르토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 클레리구스 탑이 있는 곳으로 갔다. 숙소 Yes! Porto hostel 에서 너무나 가까워서 3분만에 도착했다. 입장료(3유로)를 지불하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좁은 계단을 열심히 올랐다. 일찍 가서인지 사람이 없었다. 탑의 한쪽에 양팔을 걸치고 여유롭게 전망을 둘러보았다. 아, 행복하다, 행복하다. 순간, 어제 브라가로 가는 기차 티켓을 사는 것조차 순탄치 않아, 겨우겨우 기차를 탔던 기억이 떠올라 급하게 기차역으로 향했다.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기차를 완전 아슬아슬하게 탔다. ..
[2016/06/02] 순례 D-1, 생장으로 이동하다 4시 40분 경 알람 소리에 깨어 눈꼽도 떼지 않은 채, 숙소 로비로 나오니 순례예정자 두 분이 준비하고 계셨다. 한 분은 순례길 중, 프랑스길 유경험자로, 이번엔 다른 길을 걸으신다고 했다. 다른 한 분은, 오! 어제 밤에 체크인 한, 나보다 세 살 어린 프랑스길 순례 예정자(Y씨)란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동행이 되었다. Y씨에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더니, 거긴 어디냐며, 본인은 거긴 가본 적도 없다고 하였다. 알고 보니,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여행을 하다 온 거란다. 어제 숙소에 묵으신 아주머니 순례객께서 '부다페스트'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으신 거다. 내심, '남자분과 내가 체력이 맞을까?' '생장까지만 함께 이동하고, 순례길을 걸을 때는 각자의 속도에 맞게 걷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