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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2016/06/02] 순례 D-1, 생장으로 이동하다

4시 40분 경 알람 소리에 깨어 눈꼽도 떼지 않은 채, 숙소 로비로 나오니

순례예정자 두 분이 준비하고 계셨다.

 

한 분은 순례길 중, 프랑스길 유경험자로, 이번엔 다른 길을 걸으신다고 했다.

다른 한 분은, 오! 어제 밤에 체크인 한, 나보다 세 살 어린 프랑스길 순례 예정자(Y씨)란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동행이 되었다.

 

Y씨에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더니,

거긴 어디냐며, 본인은 거긴 가본 적도 없다고 하였다.

알고 보니,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여행을 하다 온 거란다.

어제 숙소에 묵으신 아주머니 순례객께서

'부다페스트'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으신 거다.

 

내심, '남자분과 내가 체력이 맞을까?'

'생장까지만 함께 이동하고, 순례길을 걸을 때는 각자의 속도에 맞게 걷게 되겠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리버리한 내가 일단 생장까지 갈 동행이 생겼으니, 마냥 기쁘다.

 

여행지에서는 내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나는, 우여곡절을 겪을 것을 대비하여

이른 시간에 부지런히 나가려했다.

Y씨는 뭐 이리 일찍 나가냐며 의아해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나가겠다 하니,

그럼 같이 가겠다며 따라 나섰다.

 

순례길의 시작점인 생장(Saint-Jean-Pied-de-Port)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팜플로냐(Pamplona)라는 도시를 경유해야 했다.

마드리드→팜플로냐,

팜플로냐→생장

모두 버스를 이용하면 되므로,

우리는 Metro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역시나 시간이 넉넉했고,

티켓을 판매하는 창구조차 아직 열리지 않아

아침밥을 먹기 위해 터미널 밖으로 나와 식당을 찾았다.

그러나 딱히 갈 만한 곳이 없어 다시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

매점에서 Y씨와 나 둘다 똑같이 샌드위치와 음료를 샀다.

그러나, 미..믿을 수 없어! 맛이 매.우. 별로였다.

샌드위치가 포장 하나에 두 개 들었는데,

Y씨와 나 둘다, 한 개 조금 먹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통째로 버렸다.

 

시간이 흘러, 팜플로냐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Y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Y씨는 내가 한때 진로로 고민하였던,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그리고 나이에 비해 매우 성숙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친구였다.

사교성도 엄청 뛰어나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린 서로를 참 특이한 캐릭터라고 말하며 웃었다.

 

팜플로냐에 도착하여 시간이 좀 남아서

가장 무난한, 버거킹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스시 가게를 발견하였다.

우리는 보자마자 콜? 콜!을 외치며 들어갔다.

생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까지는 1시간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30여분을 기다려서야 스시 세트를 먹을 수 있었다.

 

 

만족스런 식사 후,

가까스로 버스 시간에 임박하게 탑승하여 생장으로 이동하였다.

 

 

생장은 작지만 나름 있을 건 다 있는 도시였다.

큰 마트, 고깃집, 펍 등.

 

순례자 사무실에 들러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고,

묵을 숙소(알베르게)를 추천받았다.

 

*나중에 다른 동행으로부터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곳은 순례자 사무실이 아니라, 관광안내소라고 한다.

물론 이 곳에서도 순례자 여권, 조개껍데기를 얻을 순 있지만,

순례자 사무실과는 달리, 돈을 지불해야 한다.*

 

 

추천받은 알베르게에 가서 짐을 풀고,

마트에 가서 저녁먹을 것, 아침거리, 샴푸, 바디클렌저 등을 샀다.

 

 

저녁으로 사온 스테이크와 냉동빠에야를 조리하여 먹었는데

스테이크가 매우 질기고 두꺼워서,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억지로 겨우겨우 먹었다.

마침 어떤 순례자 부부가 스프를 나누어주셔서 감사히 먹었다.

 

동행이 생긴 것에 감사하며...^^

내일 순례를 위해, 잠은 오지 않지만 일찌감치 누웠다.

너무너무 떨리고 기대되고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