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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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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Day 22, 산 위에 형성된 마을, 폰세바돈으로! 베드버그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나는 결국 1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아스토르가에서의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다.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상상했던 순례길은 이번에 묵은 알베르게정도의 시설을 갖춘 숙소에서 불편하게 잠들고 깨고, 살기 위해 밥을 겨우 챙겨 먹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걷는 것이었다. 순례길에 오르면서 무얼 그렇게 기대했길래, 이만큼의 시설을 갖춘 알베르게에서 위생 운운하며 불안감에 잠을 설치는 건지. 많이 내려놓았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오늘을 계기로, 편안함만을 좇기보다는 불편한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고 꿋꿋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순례를 이어 나가야겠다. 아침식사로 P씨표 건강 샐러드, 초코시리얼, 과일을 든든하게 먹고서 7시 쯤 알베르게를 나섰다. 힘겨운 상황일 수록 정신..
[2016/06/23] Day 21, 텅 빈 느낌의 큰 마을, 아스토르가 과연 산마르틴이 매우 작고 고요한 마을임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묵은 알베르게의 주인 언니는 활력과 정이 흘러넘쳤다. 어제 저녁도 그 정성에 감동받았었는데 오늘 아침, 정성 가득한 샌드위치와 물을 챙겨주셨다. 어제 냈던 식사비 8유로에 이 모든 것이 포함된단다. 힘을 잔뜩 받아 기분 좋게 출발하였다. 몇 걸음 떼지 않았을 때 살짝 종아리 앞쪽이 저려와서 P씨가 밴딩을 해주었다. 밴딩을 한 이후, 발 상태는 거의 이상 무!였는데 왜 그런지 또 졸음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오늘의 까미노는 푸르른 자연 속이 아닌 차도 옆에 난 좁은 도로를 한참 걸어야 했다. 우린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벌벌 떨며 차도 반대쪽으로 피하기 바빴다. 그리고 이른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해가 금..
[2016/06/22] Day 20, 충격적인 시골 마을, 산 마르틴 레온에서 일수로만 3일 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떠나려니 약간의 막막함이 있었다. 레온에서 묵은 첫 날에는, 꿀잠으로 에너지가 넘쳐났지만 오늘은 전날 과식한 탓에 속이 쓰리고, 또 피로가 도로 쌓인 것 같았다. 상큼한 과일 위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정들어버린 레온을 뒤로 하고 P씨와 나 둘만의 까미노에 다시 오른다. 10여분 걸었을까? 급작스럽게 오른쪽 종아리 앞부분이 땅긴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P씨에게 이를 알렸다. 이틀만에 다시 걷는 까미노인데, 초반부터 제동이 걸렸다. 그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그런 말 말란다. 나를 벤치에 앉히고는 다리 마사지에, 자상하게 달래주기까지 하는 P씨. 진통제(이부프로펜)를 한알 먹어보라며 권한다. 금세 괜찮아진 듯한 이 느낌은 플라시보 효과 때문일까, 그의 토..
[2016/06/21] Day 19, 레온에서 현지인 코스프레하기! 정말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이른 아침에 눈이 안 떠진 건 아니었지만, 켜켜이 쌓인 피로를 다 날려버리고자 다시 자고, 또 자고, 계속 잤다. 우리는 '이제 그만 일어날까?'라며 무언의 눈빛 교환을 했다.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검색해보니, 중심부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ZIELO라는 맛집이 있다고 한다. 외모는 누가봐도 동양인이지만, 우린 마치 순례자가 아닌 것처럼, 현지인마냥 여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다 ZIELO에 도착하였다. 언제부턴가 레스토랑에 도착하면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간판,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재활용 소품들, 진열대 등... 점원은 분명 남자분들 뿐인데 어쩜 이리 섬세하게들 꾸며 놓았는지, 감탄에 또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메뉴를 살펴 보니, 제..
[2016/06/20] Day 18, 레온 가는 길에 처음으로 점프를 하다 늘 다인실에서만 자다가, 3인실을 이용하니 편하고 조용했지만 덕분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눈 떠보니 6시 7분! 서둘러 씻고 까미노 복장으로 환복한다. 어제 사 둔 음식으로 요기를 채웠다. 역대급 초장거리 37km를 걷기 위해 오늘도 동키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많이 자서 그런지 몸이 조금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P씨 역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13km 지점에 있는 마을에서 아점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STOP한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당장 먹을 수 있는 음식은 Bar에서 파는 빵 종류와 오믈렛 뿐. 남김없이 먹고선, 에너지를 충전해 다시 go go! 레온(Leon)으로 가는 길에 마을이 꽤 많았다. 그런데 마을을 관통하지는 않고, 마을 표지판을 지나쳐 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걷는데..
[2016/06/19] Day 17, 평화로운 마을, 엘 부르고 라네로! 일찍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는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려는데 리셉션이 열기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느즈막하게 일어난 순례자들이 배낭을 꾸려 알베르게를 떠날 동안 우리는 주전부리를 먹으며 기다린다. 시간이 자꾸 흘러가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냥 일단 출발하고 배낭은 다음 마을에서 부칠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한다. 드디어 리셉션이 열리고, 동키서비스에 대해 문의하니 잘 못 알아 듣는다. P씨가 한참을 설명한 끝에 그제야 알아듣고 봉투를 내어준다. 오늘의 목적지를 적어 배낭에 달고, 출발! 힘차게 몇 발자국을 뗀 것도 잠시, 봉투에 택배비를 넣지 않은 것이 생각나 다시 되돌아갔다. 내가 미안함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P씨는 너무나도 따뜻하게 괜찮다, 그럴..
[2016/06/18] Day 16, 푸른 정원이 딸린 알베르게가 있는, 테라디요스! 부지런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어제 사둔 바나나와 요거트로 요기를 채운 뒤 나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다음 마을까지 17km라 한다. 이 말은, 이곳을 출발하여 17km를 갈 동안 사먹을 데가 없을 거라는 것. 우리는 근처 빵집에 들러 바게트빵과 피자빵을 사서 출발했다. 자욱하게 낀 안개는 우리가 걸어갈 길에 엄청난 신비감을 조성해주었다. 가시거리가 짧아, 앞뒤로 누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는 손을 꼬옥 잡고 힘차게 걸었다. 한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길... 하지만, 자스민 꽃향기에 취해, 서로에 취해 지루한지 모르고 걸었다. 우리는 걸으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그의 머리 위에 가득했던 먹구름이 한겹 걷힌 듯 했다. (이때 ..
[2016/06/17] Day 15, 규모는 작지만 깊은 온정을 느낀 까리온! 웬일인지 늦장을 부리다가 아주 느긋하게 9시반이 지나서야 배낭을 챙겨 나왔다. (아마 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24.6km라, '이쯤이야' 얼마 안 걸릴 거라는 자만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알베르게에서 하몽 & 치즈 계란말이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식욕이 붙을 대로 붙은 나는 그 큰 샌드위치를 다~ 먹었다. 놀라는 P씨.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하하' 기분좋게 발걸음을 뗐으나 왼쪽 새끼발가락과 엄지 바깥쪽이 말썽이었다. 이를 재빨리 알아챈 P씨는 또 다시 동키서비스를 해준단다.ㅠ^ㅠ 그를 아끼는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노할 일이다. 이 길이 지루한 길이라고들 하지만 그와 함께 하기에,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간간이 느껴지는, 조금은 춥지만 시원한 바람과 향기가 우리를 마냥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