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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2016/06/21] Day 19, 레온에서 현지인 코스프레하기!

정말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이른 아침에 눈이 안 떠진 건 아니었지만,

켜켜이 쌓인 피로를 다 날려버리고자

다시 자고, 또 자고, 계속 잤다.

 

우리는 '이제 그만 일어날까?'라며

무언의 눈빛 교환을 했다.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검색해보니,

중심부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ZIELO라는 맛집이 있다고 한다.

 

외모는 누가봐도 동양인이지만,

우린 마치 순례자가 아닌 것처럼,

현지인마냥 여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다

ZIELO에 도착하였다.

 

 

언제부턴가 레스토랑에 도착하면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간판,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재활용 소품들, 진열대 등...

 

점원은 분명 남자분들 뿐인데

어쩜 이리 섬세하게들 꾸며 놓았는지,

감탄에 또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메뉴를 살펴 보니,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보다는,

브런치 카페인 것 같았다.

 

점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가장 인기가 좋다는 브런치 메뉴와

음료로는 디톡스(BATIDO DETOX ZIEL)와

오렌지 쥬스를 주문했다.

 

 

 

 

이야, 이 디톡스 기가 막힌다.

디톡스라면 다이어터를 위해

맛은 포기하고 건강만을 생각한 음료가 아닌가?

나의 편견을 와장창 깨주는 맛이었다.

달콤하고 상큼한 것이 계속 손이 간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만들어 먹어야지.'

 

 

메인으로 시킨 메뉴는 생각보단 평범했다.

가격 대비 양도 그리 많지 않았다.

정말 가벼운 브런치정도.

 

'이걸 추천하다니!'

 

이 중, 제일 맛있는 건 디톡스라며

살짝쿵 아쉬운 마음을 안고 일어나

계산대로 향하는데!

맛있어 보이는 케잌이 시선을 잡아 끈다.

P씨가 이를 눈치 채고는 사잔다. 으하하

초콜릿 하몽 케잌을 포장해서는

카페를 빠져 나와 중심지를 향해 걷는다.

여행자들을 위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참 많다.

 

 

이 가게가 마음에 든다는 P씨.

도장, 엽서,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다.

안을 둘러보다 문득,

P씨가 내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건 어떻겠냐며

편지 쓸 엽서를 살 것을 권한다.

 


허름한 행색의 순례자의 모습이 그려진 엽서가 눈에 띈다.

일상에서 이런 모습의 행인을 만난다면

'웬 거지?'라며 쳐다도 안 봤겠지만

순례자임을 감안하고 보니,

왠지 많은 것을 내려놓은 진정한 순례자인것 같아

멋지게만 보인다.

고민 끝에 요 엽서를 하나 사서 가게를 빠져나왔다.

 

막상 하루라는 시간동안 자유가 주어지니

도통 무얼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한참 빈둥거리다가,

까르푸(Carrefour) 익스프레스에 들러 먹을 간식과 음료를 샀다.

 

 

ZIELO에서 테이크아웃해온 케잌은 음.

초콜릿과 하몽의 조화가 신선해 보였지만,

그냥 그랬다... 또르르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 P씨에 비해

나는 빵부터 시작해서 샐러드, 견과류, 쥬스까지 폭풍 흡입.

 

'순례길 와서 살이 더 찐 것 같다.'

 

어느새 씨에스타가 지나가고 저녁이 되니

거리에 온갖 조명이 반짝인다.

호스텔 바로 앞의 대성당도 눈부신 LED 옷을 차려입었다.

타파스 투어를 위해

핫한 타파스 거리로 나선다.

 

막 씨에스타가 끝난 터라

아직은 조금 한산한 거리.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Bar를 하나하나 정복해나간다.

 

 

 

워낙 알콜이 안 받는 나는,

와인, 샹그리아 등을 맛만 보고는

P씨에게 넘겨 준다.

P씨가 나보다 훨씬 많이 마셨는데,

얼굴 색은 왜 때문에 내가 더 빨간 건지 ^^;

 

 

 

 

가장 핫한 타파스 거리에서

좁은 골목길로 발길을 튼다.

 

유럽 축구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가게마다 축구에 푹 빠져 있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독특한 기계를 파는 Bar가 보인다.

 

 

버튼을 누르면 위쪽 주둥이에서 술이 나온다.

눈 앞에 음식이 있으면

자동으로 손이 가는 나는

곧 터질 것 같은 배에게 미안하지도 않은지

무료로 나온 하몽을 계속해서 씹어댄다.

 

 

묘한 타파의 맛을 자랑하던 Bar.

 

그리하여 우리는 다섯 군데를 들른 끝에

타파스 투어를 마쳤다.

 

하루종일 먹고 놀다 보니,

이제는 좀 걷고 싶다.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 여행은

순례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활력을 주는 것 같다.

 

다시 한번 일정을 빠듯하게 잡은

내 자신을 탓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