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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2] Day 10, 끔찍한 추억을 남겨 준 벨로라도! 새벽 3시부터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잠을 설쳤다. 결국 4시 반쯤에 배낭을 먼저 챙겨 식당으로 내려왔다. 일행들을 위해 계란을 삶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그들이 정말 그만둔다면 어쩌나 걱정하며 초조하게 시계만 쳐다봤다. '제발, 마음이 바뀌었어라.' 해가 눈부신 얼굴을 드러내며 떠오름에 따라 순례자들이 하나둘씩 까미노에 오를 준비를 한다. 나의 간절함이 그들의 마음에 닿은건가? 더 이상 걷지 않을 것 같던 일행들이 어느새 준비를 마친 채 식당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기쁜 마음을 애써 감추려 하지만, 레알 너어어어어무 기쁘다. 오늘은 일행 중 누구도 점프를 하지 않는단다. 발 상태는 여전히 최.악이었지만, 각자의 고통과 열심히 싸워가며 걷는다. P씨는 초반부터 굉장히 빠르게 걷는다. 그를 제외..
[2016/05/27] 야간버스를 타고, 국경 넘어 세비야로! [2016/05/26 8:00 P.M.] 리스본에서 스페인 세비야로 가는 야간버스를 타기위해 버스터미널로 왔다. 8시 반부터 창구가 열린다기에 조금 기다린 뒤 플랫폼과 버스번호를 안내받았다. 너무 일찍왔나 싶지만 딱 맞춰와서 허둥대는 것보다는 낫다. 역시 동행했던 분의 말대로 한국사람이 나 빼고 4명이나 더 있다. 한국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에 조금 안심되기는 하지만 굳이 말문을 트고 수다떨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혼자 앉아 있다. 서유럽 여행을 다닐 때, 야간기차를 타본 경험으로는 매우 불편하고 피곤했었는데... 과연 야간버스는 어떨까? [2016/05/27 5:27 A.M.] 야간버스를 타본 결과, 일반버스보단 좋고, 우등버스보다는 별로였다. 세비야에 도착해서 해가 뜰 때까지 2시간 넘게 터미널 대합실에..
[2016/06/11] Day 9, 흥부자 삼인방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 산토도밍고! 아침 식사로 각종 빵과 음료수를 먹었다. 하루에 하나 이상 꼭 먹는 빵! 빵이라면 이제 질리지만서도, 어느 바에서나, 마트에서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게 빵이기에, 더 이상 불평하지 않고, 든든하게 먹어두었다. L씨는 오늘 점프를 하겠단다. 다음 마을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출발하였다. Y씨는 발의 통증이 너무 심하다며 P씨와 나에게 먼저 가란다. 그를 격려해주고서, P씨와 나는 깊은 대화를 나눠가며 함께 걸었다. 어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보았기에 그 이후로는 그를 쳐다보는 것도, 이야기를 하는 것도 왠지 어색했다. 저..정신 차려야 되는데... 며칠 전부터 등산화가 왼쪽 엄지발가락을 계속 자극해왔다. 분명히 10mm정도 큰 것으로 사서 산책도 하고, 등산도 하고, 꾸준히 연습했는데..
[2016/06/10] Day 8, 넘나 힘든 나헤라 가는 길!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밤새 신나게 노는 사람들 탓에 잠을 제대로 설쳤다. 어제 코피까지 한 바가지 쏟은 나는 오늘의 까미노가 걱정되었다. 아직까지 점프(걷지 않고 다음 도시까지 버스로 이동)라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나이기에, 또한, 살면서 한 번도 쓰러져 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분명 잘 걸을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배낭을 챙긴다. 한데 섞여 버린 많은 사람들의 짐 속에서 나의 것을 골라 챙긴 뒤, 우리 일행의 스틱을 양손 가득 집어 들고 식당으로 향한다. 큰 도시에는 꼭 중국인 마트가 있다. 팜플로나에 이어 큰 도시에 머무르게 되었기 때문에 어제 L씨가 수고하여 사온 라면을 끓여 먹었다. 매콤한 냄새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 순례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없이 콜록콜록 기침 세례다. 미..
[2016/05/26] 리스본 근교 여행 : 소담미 폭발, 오비두스! 리스본에서 버스(편도 7.60유로)를 타고 달려와 도착한, 오비두스(Obidos). 돔으로 된 마을 입구를 지나자마자, 행위예술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악사 등이 마치 '우리 마을에 잘 오셨어요!'라는 듯 흥겹게 맞이해 준다. 마을에 들어서니, 좁은 골목에, 각종 악기 연주와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와, 너무너무 소박하다. 나는 내재된 흥을 애써 자제시키며 소울을 가득 담아, 리드미컬한 박수로 박자를 맞춰 주었다. 건물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의 색상이 눈에 띈다. 예쁘게도 꾸며 놓았다. '뭐 저렇게 느낌있는 벤치가 다 있지?' 인적이 드문 산책 길을 따라 걷다, 마을을 둘러싼 성벽을 만났다. 성벽에는 안전 장치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래로 떨어지기..
[2016/06/09] Day 7, 타파스의 천국, 로그로뇨에 도착하다! 쿠바 리브레가 선물해 준 꿀잠 덕에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까미노 초반에 선보였던 미친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듯 싶었다. 아침 잠이 많은 J씨를 제외하고, 우리 다섯 명은 오늘도 힘차게 길 위에 올랐다. 통증, 더위, 오르막길과의 사투를 벌이다 바위를 의자삼아 20분 가까이 쉬었다. 그러던 중, 언제 출발한 건지, J씨가 무서운 속도로 우리가 있는 곳까지 왔다. 그는 잠깐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 먼저 가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대단해' 걷기 시작할 때 아파오던 발의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잦아들었다. 나는 속도를 내기 시작하여 일행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이 걸었다. "아, 좋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나는 무한 긍정에너지를 발산하며 잠시나마, 혼..
[2016/05/25] 리스본 여행 : 리스본 시내 투어와 벨렘 지구 느긋하게 일어나 조식을 먹고선 호스텔로 픽업을 온 가이드를 따라, 10시 20분쯤, 호시우 광장으로 갔다. 여러 호스텔의 투숙객들이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어림 잡아 스무 명은 되어 보였다. 둘러보니, 나만 한국인이다. 솔직히, 비단 언어 때문만이 아니라, 외모가 나와 너무나도 다른 외국인들에게 붙임성 있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아, 초반에는 가이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조용히 투어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찾아왔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나보다 어린데, 오히려 그들은 나를 어리게 본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동양인들 대부분이 엄청 동안이란다. 또한, 대부분의 젊은 관광객들은 학기가 끝나 유럽으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2016/06/08] Day 6,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작은 마을, 토레스 델 리오! 다들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잠이 들었던 어제, 나는 잠이 안와 한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었다. 그때, 몇몇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중에 P씨도 있었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잤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가 정신없이 자신의 베드로 올라가는 중에 2유로짜리 동전을 떨어뜨려 아침에 전해주었더니 민망하게 웃는다. 언젠가부터 P씨가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말자.' 분주하게 준비한 후, 식당에 내려와 어제 사둔 요거트, 토스트, 과일을 먹었다. J씨는 천천히 일어나겠다고 하여, 그의 베드 한쪽에 간식을 두었다. 5명이서 먼저 출발하기로 하고, 로비에 모였다. L씨는 나를 리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