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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2016/06/08] Day 6,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작은 마을, 토레스 델 리오!

다들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잠이 들었던 어제,

나는 잠이 안와 한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었다.

 

그때, 몇몇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중에 P씨도 있었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잤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가 정신없이 자신의 베드로 올라가는 중에

2유로짜리 동전을 떨어뜨려

아침에 전해주었더니

민망하게 웃는다.

 

언젠가부터 P씨가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말자.'

 

분주하게 준비한 후,

식당에 내려와 어제 사둔

요거트, 토스트, 과일을 먹었다.

 

J씨는 천천히 일어나겠다고 하여,

그의 베드 한쪽에 간식을 두었다.

 

5명이서 먼저 출발하기로 하고,

로비에 모였다.


L씨는 나를 리더로 몰아갔다.

우유부단함과 리더십 제로인 내가 난감해 하는 사이,

난 이미 리더가 되어 있었다.

결국,

Camino Pilgrim 어플을 참고하여,

오늘은 토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까지 걷기로 하였다.

29km의 장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동키서비스(6유로)를 이용해

오늘 우리가 묵게 될 알베르게로 배낭을 부쳤다.

 

 

중반까지는 평지여서 수월했다.

우리는 역시나 노래를 불러 가며 흥겹게 걸었다.

함께 걷는 이 순간이 어찌나 행복한지...

벌써 6일 째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잠시 쉬고 난 뒤,

서로의 체력과 속도의 차이로

간격이 벌어졌는데,

나와 Y씨 / P씨와 L씨 / B씨

이렇게 따로 걷게 되었다.

 

다 왔다고 여겨질 때쯤,

우리는 너무 지쳐 어느 마을에 주저 앉아

다른 일행들을 기다렸다.

 

20분쯤 지났을까,

바로 뒤에 오는 줄만 알았던 L씨와 P씨는

도착할 때가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고,

오히려 뒤처져 있던 B씨가 도착했다.

이상함을 느낀 나는, 구글맵을 살펴 보고 나서야,

산솔(SanSol)이라는, 다른 마을로 왔음을 깨달았다.

 

이 곳이 워낙 외진 곳이라 그런지,

구글맵을 따라 걸어가니,

막다른 길만이 우릴 반겨주는 게 아닌가!

 

한참을 돌아돌아 걸어 간 끝에,

드디어 토레스 델 리오에 도착했다.

이 곳은 이 때까지 우리가 다닌 마을들 중,

가장 규모가 작았다.

 

먼저 도착한 L씨와 P씨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가 배낭을 부친 알베르게는

2년 전에 폐업하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어플에 이러한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그 알베르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트에 배낭이 도착해 있었다.

 

다른 알베르게를 찾아야 한다.

그때, 동행 중 한 명이 말하기를,

에스텔라에서 만났던,

잘 생긴 외국인이 저~기에 있는

시설 좋은 알베르게로 가더란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그 곳을 택했다.(사심 없음.)

 

수영장이 딸린 멋진 숙소였다.

그 곳에는 호텔시설의 객실과 알베르게,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조금은 열악하더라도, 다 함께 알베르게에 묵기로 했다.

체크인을 하고 있는데,

언제 도착한 건지, 이미 J씨가 와 있었다.

 

아이스크림과 간식으로 점심을 가볍게 때우고,

6시에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예약했다.

 

수영복을 입지 않으면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다기에

남자 동행들만 수영장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겼다.

 

순간 ugly Korean 심보가 발동하였다.

'1분만에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수영장에 들어갔다 와야지.'

 

패기 넘치게 들어간 나는,

역시나 1분도 안 되어,

단호박처럼 단호한 리셉션 언니에 의해 나와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누군가 듀엣으로, 샤워실에서 알베르게가 떠나가도록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들어보니, 한국 노랜데, 설마...?

 

바로 P씨와 Y씨였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솔직히 너~무 웃겼다.

 

시에스타에 맞추어 낮잠 타임을 가진 뒤,

로비로 나오니,

P씨와 Y씨가 발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들의 발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상대적으로 발 상태가 양호한 나는,

엄살을 피울 수도 없었다.

본인의 더 치료가 시급한데도,

P씨는 물집 잡힌 나의 발가락을

정성스레 치료해주었다.

'이..이런 따뜻한 녀석!'

 

저녁을 먹기 위해, 위층 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를 보니, 애피타이저도, 메인 메뉴도

모두 6가지씩 있었다.

마침 우리의 인원이 6명이니,

하나씩 다 주문하여 쉐어하기로 하였다.

 

테이블에 물과 와인이 한 병씩 놓였다.

직원에게 우리는 6명인데,

한 병씩 더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4명 당 한 병씩 주게 되어 있어 안 된단다.

이 때뿐 아니라 직원의 말투를 포함해

전반적인 서비스가 불쾌했다.

우리는 발끈했지만 꾹 참았다.

 

 

 

 

그래도 음식 맛은 굉장히 좋았다.

게다가, 우리가 화를 내지 않고,

직원에게 시종 미소로 일관하니,

결국 직원은 물, 와인을 한 병씩 더 주고,

조금은 친절해진 서비스로 보답해주었다.

 

저녁 식사 후에 바로 옆에 있는 바에서

각자 마실 음료 또는 주류를 사서 테라스로 나가서 여유를 즐겼다.

나는 어저께 먹었던 쿠바 리브레를 주문!^^

 

 

이때, 처음 6명이서 단체 인증샷을 찍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너무너무 행복하다.

쿠바 리브레에 알콜이 좀 많이 섞였는지

취기가 올라 비틀거리는 바람에

동행들에게 살짝 신세를 졌다고 한다.

(기..기억이...하하)

그치만, 덕분에 숙면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