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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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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Day 30, 산티아고에 도착하다 따뜻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완전 꿀잠을 잤다. Camino Pilgrim 어플의 추천 일정에 따르면 오늘의 목적지는 페드로조(O Pedrouzo)다. 그러나 우리는 조바심이 났다. 나의 귀국 날짜로 인해 마드리드로 가야하는 날은 7월 4일.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 도착 예정일은 내일인 7월 3일. '내일 오후에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다음날 바로 마드리드로 가야한다고?'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미사도 드리고 싶고,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피스테라(Fisterra)에도 다녀오고 싶은데... 일정이 너무 빡빡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주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오늘 산티아고까지 가자!' 아르주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39.2km 자, 그렇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다. 39.2km를 악착같이..
[2016/07/01] Day 29, 먹방 in 아르주아 새벽 어스름.인기척에 눈을 뜨니 P씨가 방문이 안 열린단다. "응...? 무슨 소리야?" 침대에서 기어나와문으로 다가가 열기를 시도하는데, 어, 진짜 안 열린다. 문이 고장이 난 건지 아예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에이, 하다보면 열리겠지-' 우리는 번갈아가며 문 열기를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열리지 않는다. 화장실이 급하다던 P씨는 그냥 자야겠다며 다시 눕는다. 아침이 완전하게 밝아오고, 다시 한번 우리는 문 열기를 시도하는데, 여전히 안 열린다. 점점 초조해졌다. 게다가 이곳은 옥탑방이라도와주러 올 사람도 없다. P씨가 용기내어 큰 소리로 도와달라고 구조 요청(?)을 한다. 한참 응답이 없다가 어떤 남성 순례자가 3층으로 올라온다. 우리는 문 너머로 그에게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 뒤 문 아래 틈새로 ..
[2016/06/30] Day 28,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팔라스 데 레이에서의 하루 (1) 아침에 눈을 뜨니,창문 너머로 보이는 기이한 풍경에감탄이 절로 나온다. 안개가 마을을 통째로 집어 삼킨 듯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호수의 물결조차 잔잔한 지금,시간이 잠시 멈춘 것만 같다. 한참을 감탄하며 감상하다보니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어김없이 순례복으로 환복하고선바깥에서 들어오는 찬 기운에 잔뜩 쫄아각자가 가진 바람막이 또는 패딩을 한껏 껴입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26km 남짓한 거리를 걸어야 한다. 걷다 보니 출출해진 우리는허름한 바를 발견하고는아무런 기대없이 테이블에 앉는다. P씨의 표현에 따르면,'굉장히 음식 솜씨가 좋아 보이시는' 주인 아주머니께서수제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와햄치즈 샌드위치를 추천해주신다.우리는 아주머니를 믿고 그대로 주문한다..
[2016/06/28] Day 26, 사리아로 점프하다! 까미노 초반에 기세 좋게 무리해서 걸었다싶더니, 결국 발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동행하게 된 멤버들마다 탈이 난 시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짧게나마 끈끈한 우정을 다졌던 B씨, L씨, P씨, J씨, Y씨, 그리고 나까지, 우리 여섯 명은 발 상태따라, 일정따라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나는 현재 P씨와 함께 걷고 있지만. P씨와 나 둘이 걸은 이후, 나의 발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갔고, P씨또한 식중독이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하여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게 되었다. 어느 도시에는 하루 더 머물기도 하고, 버스나 히치하이킹으로 점프하기도 하여, 현재 우리는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 200km 남짓하게 남겨두고 있고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날(7월 4일)까지는 5일이 남았다. 하루에 약 40km를 걷지 않..
[2016/06/27] Day 25, 오랜만(?)에 걸어서, 비야프랑카로! 새벽 5시쯤 알람소리에 눈을 떴는데 험한 꿈을 꾸는 바람에 뒤척이다 5시 40분쯤이 되어서야 완전히 깼다. 오늘 P씨의 몸상태는 어떠려나? 병원에서 24시간만 굶으면 괜찮아질 거라 했는데... 기대반, 걱정반으로 그를 흔들어 깨운다. P씨는 한숨을 푹푹 쉬어대는 어떤 아저씨때문에 잠을 거의 설쳤단다. '평소 같으면 예민한 나도 못 잤어야하는데, 내가 너무 피곤했던 건가? 아니면 어느새 적응이 되었나?' 그에게 물어보니, 아직 배가 온전하진 않지만 걷겠단다. 마음이 너무너무 무겁다. 일단 본인이 의지를 보이니 걸어보고, 16km쯤에 위치한 카카벨로스(Cacabelos)에서 스탑하든지, 버스를 타고 점프하든지 결정하기로 한다. 전날 미리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오늘의 목적지인 비야프랑카(Villafranca..
[2016/06/26] Day 24, 맛집이 넘쳐나는 폰페라다로! 오전 7시 경 눈을 떠서 P씨의 상태를 살피니, 맙소사! 오히려 악화되었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림은 물론, 체온이 더 올라간 거다. 병원에 가야함을 직감했다. 리셉션에 콜택시를 문의하니 오전 9시에 보내준다고 하기에 알겠으니 보내달라고 하고는 1시간정도 더 자기로 한다. 9시가 되었을 무렵,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내려가니 무려 벤츠 택시가 와 있다. 우리는 기사님이 택시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님은 바에서 빵과 함께 수다 타임을 즐기고 계신 게 아닌가. 심지어 이곳에서 콜을 자주 한건지 리셉션 직원들과 친해보인다. 우리 가여운 환자, P씨는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으러 가야하거늘... 기사님은 천하태평이다. 결국 9시 반이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나오시더니 시동을 거신다. 산..
[2016/06/22] Day 20, 충격적인 시골 마을, 산 마르틴 레온에서 일수로만 3일 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떠나려니 약간의 막막함이 있었다. 레온에서 묵은 첫 날에는, 꿀잠으로 에너지가 넘쳐났지만 오늘은 전날 과식한 탓에 속이 쓰리고, 또 피로가 도로 쌓인 것 같았다. 상큼한 과일 위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정들어버린 레온을 뒤로 하고 P씨와 나 둘만의 까미노에 다시 오른다. 10여분 걸었을까? 급작스럽게 오른쪽 종아리 앞부분이 땅긴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P씨에게 이를 알렸다. 이틀만에 다시 걷는 까미노인데, 초반부터 제동이 걸렸다. 그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그런 말 말란다. 나를 벤치에 앉히고는 다리 마사지에, 자상하게 달래주기까지 하는 P씨. 진통제(이부프로펜)를 한알 먹어보라며 권한다. 금세 괜찮아진 듯한 이 느낌은 플라시보 효과 때문일까, 그의 토..
[2016/06/21] Day 19, 레온에서 현지인 코스프레하기! 정말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이른 아침에 눈이 안 떠진 건 아니었지만, 켜켜이 쌓인 피로를 다 날려버리고자 다시 자고, 또 자고, 계속 잤다. 우리는 '이제 그만 일어날까?'라며 무언의 눈빛 교환을 했다.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검색해보니, 중심부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ZIELO라는 맛집이 있다고 한다. 외모는 누가봐도 동양인이지만, 우린 마치 순례자가 아닌 것처럼, 현지인마냥 여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다 ZIELO에 도착하였다. 언제부턴가 레스토랑에 도착하면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간판,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재활용 소품들, 진열대 등... 점원은 분명 남자분들 뿐인데 어쩜 이리 섬세하게들 꾸며 놓았는지, 감탄에 또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메뉴를 살펴 보니,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