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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2016/06/26] Day 24, 맛집이 넘쳐나는 폰페라다로!

오전 7시 경 눈을 떠서 P씨의 상태를 살피니,

맙소사! 오히려 악화되었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림은 물론,

체온이 더 올라간 거다.

 

병원에 가야함을 직감했다.

 

리셉션에 콜택시를 문의하니

오전 9시에 보내준다고 하기에

알겠으니 보내달라고 하고는

1시간정도 더 자기로 한다.

 

9시가 되었을 무렵,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내려가니

무려 벤츠 택시가 와 있다.

우리는 기사님이

택시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님은 바에서 빵과 함께 수다 타임을 즐기고 계신 게 아닌가.

심지어 이곳에서 콜을 자주 한건지

리셉션 직원들과 친해보인다.

 

우리 가여운 환자, P씨는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으러 가야하거늘...

기사님은 천하태평이다.

 

결국 9시 반이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나오시더니 시동을 거신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이기에 한참을 내려간다.

기사님은 돌연 중턱에 차를 세우신다.

오른쪽에 유명한 철의 십자가가 있단다.

 

"아, 여기가 바로 각국의 순례자들이 본국에서 주워 온 돌을 버리는 곳이구나."

 

 

사진만 냉큼 찍고는 '출발!'을 외친다.

그냥 지나치실 수도 있는데, 감사하다.

 

얼마 가지 않아

이름 모를 어느 마을에 멈춰서더니

남아공 할머니 한분을 픽업한다.

다리가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다.

 

이 분을 태우기로 한 시간때문에

기사님이 아까 그렇게도

여유를 부리셨던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기사님이 씽씽 달리기 시작하신다.

곧이어 어느 마을에서 서행을 하시더니,

이곳이 당신의 고향이란다.

그 마을은 바로 몰리나세카(Molinaseca)!

 

 

마을이 평화로워 보이고,

저택들이 너무너무 예쁘다.

이런 곳에 살면 일생이 편안할까?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겠지.'

 

출발한지 한 시간만에 폰페라다에 도착했다.

남아공 할머니를 먼저 숙소에 내려주시고는

우리를 순례자 병원에 데려다 주셨다.

 

'넘나 감사한 것!'

 

순례자 병원은 순례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준다고 들었다.

일요일이라 병원이 열려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열려있다.

 

엇, 그러나!

물집정도의 간단한 진료 외에는

31유로의 진료비를 내야한단다.

 

'31유로라니, 너무 비싸잖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 P씨이기에,

어쩔 수 없이 오케이를 외치고

20여분을 기다려 진료를 받으러 들어간다.

들어간지 한참이 지나서야 나오는 P씨.

 

 

진료는 잠깐 받고서

수다를 떨다 나온 모양이었다.

하여간 P씨의 친화력은 알아줘야 한다.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다행히 거의 나았으니 24시간'만' 더 굶으면 된단다.

헉, 벌써 이틀을 굶었는데 하루를 더...?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지만

그래도 낫고 있다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는 신설된 사설 알베르게(12유로)를 택해 들어갔다.

고급스럽고도 으리으리한 알베르게다.

배낭을 풀고 마을을 돌아다니기로 한다.

 

 

 

P씨에게 미안한 마음에 식당을 들어가지는 못하겠고,

지나가다 빵집에 들러 빵 2조각을 먹었는데

(당연하게도) 배가 차지 않는다.

 

(민폐스럽지만) 수제 버거 가게에 들어간다.

버거와 서비스로 준 타파스를 맛있게 먹었다ㅠㅠ

 

 

 

어느정도 배도 찼겠다-

요 큰 마을을 한번 돌아다녀볼까?

마을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규모가 컸다.

 

 

입장료가 있어 들어가진 않았지만 폰페라다 성도 있다.

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다리를 건너간다.

 

 

아이스크림이 급 땡긴 나는

P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미안하면서도 할 건 다하는...)

혼자서 완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24시간을 더 굶어야 하는 P씨는

아쿠아리우스가 그의 유일한 음식이므로

이따금씩 홀짝 홀짝 들이킨다.

 

알베르게에 돌아와 시에스타를 즐기며 낮잠을 청한다.

그야말로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배꼽 시계가 정신없이 울려댄다.

 

저녁 어스름에 나와

광장에서 셀카도 찍고,

이때까지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으로 아까 들른 빵집에서 추천해준 레스토랑을 가려 했으나

오픈 시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두컴컴하여

뒤늦게 검색해보니 (띠로리) 금일 휴업이었다!

 

'여태 기다렸는데, 미리 찾아볼 걸...'

 

하는 수없이 우리는

아까 알베르게 리셉션 언니야가 추천해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갔다.

검색해보니 여긴 금일 오픈!

그리고 Tripadvisor에서

나름 맛집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나 혼자 먹어야 하므로,

알리오올리오 미디엄 사이즈와 해물치즈리조또를 시켰다.

 

P씨는 먹지 못하기에 그저 힘없이 앉아 있는데,

미안함도 잠시,

 

 

어머 이거 너무너무 맛있다.

P씨가 엄청 좋아할 훌륭한 맛인데...

먹지 못하고 음식에 눈길만 보내는 그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렇게 나 혼자만 배를 채우고는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 지하에

축구 게임, 보드게임, 다트 등을 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기에

잠깐 즐겨보기로 한다.

 

 

기력없는 P씨와 함께

한참동안 다트를 던지다-

슬렁슬렁 방으로 올라간다.

 

P씨가 내일은 제발 말끔하게 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