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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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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0] Day 8, 넘나 힘든 나헤라 가는 길!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밤새 신나게 노는 사람들 탓에 잠을 제대로 설쳤다. 어제 코피까지 한 바가지 쏟은 나는 오늘의 까미노가 걱정되었다. 아직까지 점프(걷지 않고 다음 도시까지 버스로 이동)라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나이기에, 또한, 살면서 한 번도 쓰러져 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분명 잘 걸을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배낭을 챙긴다. 한데 섞여 버린 많은 사람들의 짐 속에서 나의 것을 골라 챙긴 뒤, 우리 일행의 스틱을 양손 가득 집어 들고 식당으로 향한다. 큰 도시에는 꼭 중국인 마트가 있다. 팜플로나에 이어 큰 도시에 머무르게 되었기 때문에 어제 L씨가 수고하여 사온 라면을 끓여 먹었다. 매콤한 냄새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 순례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없이 콜록콜록 기침 세례다. 미..
[2016/06/09] Day 7, 타파스의 천국, 로그로뇨에 도착하다! 쿠바 리브레가 선물해 준 꿀잠 덕에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까미노 초반에 선보였던 미친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듯 싶었다. 아침 잠이 많은 J씨를 제외하고, 우리 다섯 명은 오늘도 힘차게 길 위에 올랐다. 통증, 더위, 오르막길과의 사투를 벌이다 바위를 의자삼아 20분 가까이 쉬었다. 그러던 중, 언제 출발한 건지, J씨가 무서운 속도로 우리가 있는 곳까지 왔다. 그는 잠깐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 먼저 가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대단해' 걷기 시작할 때 아파오던 발의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잦아들었다. 나는 속도를 내기 시작하여 일행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이 걸었다. "아, 좋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나는 무한 긍정에너지를 발산하며 잠시나마, 혼..
[2016/06/07] Day 5,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텔라로! 어젯밤엔 꽤 숙면을 취한 것 같다. 5시에 일어나 바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도 드디어,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눈을 반쯤 감고선 아래와 같은 순서로 채비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1. 침낭 돌돌 말아 배낭에 넣기 2. 세수, 양치, 순례복으로 갈아입기 3. 작은 가방1(세면도구), 2(의류) 넣기 4. 판초 우의 얹기 5. 빠뜨린 물건 없는지 확인하기(빨래, 스틱) 우리 5명의 멤버들은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모였다. 부지런한 L씨가 후랑크소시지를 굽고, 초코시리얼을 우유와 함께 커다란 그릇에 담아 올렸다. 나는 오렌지를 깎아 접시에 담았다.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하고선, 오늘의 목적지인 에스텔라(Estella)의 공립 알베르게(Municipal)가 붐빈다는 이야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침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