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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칸유럽

[2018/07/26] 카미노 커플의 발칸 유럽 여행기 [헝가리_부다페스트]

난 아침잠이 많다.

따사로운 햇살만 아니라면 정말이지 몇 시간이고 잘 수 있다.

몇시인지 궁금하단 생각이 들지도 않을 만큼 어두컴컴한 새벽 어느 무렵

부지런한 밤비는 자그레브의 시내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시간이 아니면 어떻게 현지인들의 민낯을 볼 수가 있을까.

그는 자그레브의 골목과 광장을 두루 다니며

소박한 그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며,

또는 오픈 준비를 하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제 날 밝을 때 갔던 대성당의 모습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관광객의 소음의 중심에 둘러싸였던 '만남의 장소'가

비로소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듯 하다.

고요함이 내려 앉은 자그레브의 시내 풍경들.

밤비야, 한인 마트도 봤어?

신기방기~

 

그가 호스텔로 돌아왔을 때

난 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을 시작하였다.

오늘은 헝가리(부다페스트)로 이동하는 날이다.

기차 시간에 촉박하지 않도록 여유를 두어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낯설고 어두운 자그레브의 새벽을 뚫고

마트에서, 광장에 열린 시장에서 아침거리를 사온 밤비.

그 덕분에 밥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고마워요! 

3년만에 먹는 납작 복숭아.

스페인에서 먹던 그 달콤하면서 물었을 때 "쮸왑"소리가 나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체크아웃 후,

등껍질(배낭)을 메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떠나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자그레브 IN-OUT이기 때문에

가..가볍게 삼각대 설치하여 인증샷 한방^^

부다페스트로 가려면

몇 번의 환승이 필요하단다.

무사히 잘 도착해야 할텐데- 걱정하면서도

밤비와 함께라면 어떤 우여곡절도

추억이란 콩깍지에 곱게 포장될 것을 알기에

그리 두렵지가 않다.

 

사실-

요 몇 달동안 눈 뜨면 마음이 휑~했는데

오랜만에 걱정없이 잠을 잘 잔 데다

오늘이 여행의 둘째날이란 사실에

마냥 안심되고 그저 행복행복했던 것 같다.

더운 날씨에 금세 축축해진 등.

아무도 없는 열차칸에 들어가

등껍질을 벗어 선반 위에 올리고서는

마주 앉아 러블리한 설정샷도 찍고-

나란히 앉아 두 다리를 쭉 뻗어 맞은편 의자에 올려보기도 하고-

자연을 상징하는 색깔인

초록초록 자연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본전은 뽑아야지 싶어 한국에서 사온

토퍼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부다페스트로 가는 승객들은

요 역에서 내려 환승하라는 안내에 따라

기차에서 내려 여행자 무리에 섞여 이동한다.

코프리브니카?

발음도 어려운 요 기차역에서 기념사진 한방 찍어주고는

점점 부다페스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렘을 안고

다시 한번 쾌적한 열차칸을 기대하며

거북거북 두 마리 기차 입장^^

기대와는 달리,

칸마다 승객이 적어도 1~2명은 있었다.

고민 끝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남자 승객 한 명이 자리잡은

열차칸에 입장!..하는 나의 속마음:

(안녕? 우린 커플이야! 염장질러 미안해^^;)

너~무 덥고 쾌적하지 못한 기차 내부 시설에 경악하며

냉방을 이빠이 틀어본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밤비가 같은 칸의 남자 승객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한국 사람이며 대학생이란다. (흠씨(가명))

흠씨의 아버지는 현재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으며

형은 이미 다녀왔단다.

흠씨에게 순례길 꼭 가보라고 하니,

너무 힘들 것 같단다ㅋㅋㅋ

 

여행한 지는 꽤 되었다고 하나

겉모습은 전혀 꾀죄죄하지 않았고

여태껏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만났던 여행자 중

어리버리(?) 끝판왕이었다.

여행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도 없고-

뾰족한 계획도, 준비할 마음도 없는 것 같았다.

우린 동시에 생각했다.

'그래, 아직 어리니까.'

샌드위치와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으로

심심함과 허기를 달래고

무려 6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그래도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것!)

기차에서 내린 다음 고민하다

흠씨에게 사진을 요청하니 흔쾌히 수락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는 빠이바이...할 줄 알았으나

어리버리한 그는 자신의 숙소까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단다.

메트로 역까지 같이 이동하기로 하고 서로의 숙소 위치를 확인해보니, 같은 방향이다.

메트로를 타고 가며 이야기 나누다가 역 하나를 더 가버렸다.

 

역에서 내려 도보 2-3분 거리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배도 고프고 피곤하지만,

체크인 후 숙소에 짐만 두고 바로 기차역으로 갔다.

이틀 뒤 루마니아 '시비우'로 가는 기차 티켓을 사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가 거~의 마지막 손님이다!

6시 45분쯤 번호표 배부가 마감되었고,

어느새 예매 마감 시간이라는 7시가 넘었다.

번호표는 받았지만, 혹시나 끊지 못하면 어쩌나-하고

초조하게 기다린 결과, 다행스럽게도 시비우 가는 기차 티켓을 끊었다.

우리의 뚜벅이 신분에 과하게, 고급진 2인실 티켓으로~^^

자, 이제 급한 불도 껐겠다~

 밥밥밥, 밥 먹으러!

미리 봐둔 식당으로 향하는데, 그제야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왔구나-를 느끼며

주변을 둘러본다.

높은 건물이 빽빽한 이곳은, 틀림없이 한 나라의 수도가 맞구나.

무채색의 건물을 보니 헝가리의 역사가 느껴진달까.


드디어 도착한 헝가리안 레스토랑 'Hungarikum Bistro'

드디어 오늘의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건가-하는 기대와 함께 문을 여니,

예약을 하였는지 물어온다.

안 했다고 하니,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단다.

 

하...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진 윗니.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윗니.

말수가 부쩍 줄어든 윗니.

 

결국 급하게 찾아간 서민 느낌 물씬의 헝가리안 굴라쉬 레스토랑인 Kek Rozsa!

사실 손님도 그닥 많지 않고,

가게의 느낌도 소박했던 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문한 굴라쉬와 스프는 끝내주게 맛있었고 심지어 가격도 착했음.

(시장이 반찬이던가... 그렇다고 해도 정말 맛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맛 본 굴라쉬는,

비유하자면 약간 덜 자극적인 육계장의 맛과 비슷했다.

그리고 굴라쉬 말고 저 음식은 이름도, 맛도 기억이 안난다.

(...이래서 여행기는 다녀오자마자 써야하는데...)

3,630 포린트 (한화 약 15,000원)라는 저렴한 가격이라니!

만족스럽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감탄을 자아낸다는 야경을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타기로 한다.

가장 유명한 유람선은 다뉴브 강변의 10번 선착장에서 탈 수 있다.

(글을 쓰는 2019년 현재, 유람선 침몰 사고로 많은 관광객들이 바다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정말 마음이 먹먹하다.

그 당시엔 그렇게 수많은 유람선이 위험하게 운항하는지 몰랐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길게 늘어선 대열에 합류해본다.

저녁 9시 반쯤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30분쯤 기다린 끝에 유람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자리는 충분히 많은데, 시야가 확 트인 자리에 앉기 위한 무언의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저기서 고향의 언어(=한국어)가 들려 온다.ㅎㅎ

세체니 다리, 부다 왕궁의 화려한 조명에 감탄한다.

가까이서 보니 더 멋져!

국회의시당이 저 멀리 보이길래, 타임랩스를 재빨리 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을 온전히 담아 내기가 어렵다.

찍으려하면, 여기저기서 유람선 등장.

그래도 뭐, 유람선 마저도 풍경의 한 장면으로 생각하...

...자니 그래도 좀 아쉽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의 첫째날 밤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