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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칸유럽

[2018/07/25] 카미노 커플의 발칸 유럽 여행기 [크로아티아_자그레브②]

공짜 샌드위치(물론 이때는 몰랐지만)로 요기를 채우고

우리는 자그레브 시내 구경에 나섰다.

오랜만에 화면 속이 아닌,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체온을 나누며 즐기는

데이트, 아니 여행이라니,

그것도 이곳 발칸에서.

 

밤비를 몇 달만에 만나고 나면 설렘 폭발이라,

약 하루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만난지 몇 시간 되지 않아서인지 연신 헤벌쭉이다.

시간은 맞지 않지만

왠지 인증샷을 남겨야만 할 것 같은

베리 올드한 느낌의 벽시계 앞에서-

각자 기분 좋게 포즈를 취해 본당.

 

옛날 갑옷, 조각보 등 잔잔하게

Croatian style의 의복을 훑어볼 수 있는 박물관에 들렀다.

요 의복을 보니,

작년에 밤비와 함께 본 드라마인 '더 패키지'에서

정용화가 정조대를 착용했다가 봉변 당했던 스토리 생각났다.

(왜 때문에 그 장면이 생각났지...?)  

 

그래서 저도 한번 입어ㅂ..보지는 않고

얼굴만 슬-쩌-억 갖다대기^^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의 시내 풍경은

여행을 떠나기 전 세계 테마 기행에서 미리 예습했던지라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가운데 넓지도, 좁지도 않은 길의 양옆에

저마다 파라솔을 펼친 가게들-

그곳에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롭게 커피 또는 맥주를 홀짝이는 관광객들.

나의 샤랄라 화이트 원피스 차림은

동양인 여행자의 패션으로 영 생경한 탓인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종종 받았다.

 

길 한 가운데 서서 워킹하는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던 나의 남자친구 밤비.

무슨 쇼핑몰 또는 잡지 사진이라도 찍듯 샤샤샥-

먼 캐나다 땅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챙겨 들고 온 본전을

마치 오늘 다 뽑겠다는 듯.

누군가의 모델이 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촬영하는 밤비의 열정과 포즈를 보고 있노라면

그에 걸맞은 모델이 되려면

좀더 다이어트를 하고 왔어야 했..(크흠!)

 

문득 캐나다 밴쿠버의 올드타운의 시계탑 앞에서

수도 없이 사진 찍었던 작년 여름이 생각났다.

​자그레브 대성당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유럽의 성당을 워낙 많이 보기는 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찌나 정교하게 지어졌는지,

입을 허어 벌린 채 감탄하다-

 

성당을 등지고 예쁜 건물들이 가로수와 멋지게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길가로 들어선다.

여기다! 싶을 때는 서로를 주인공 삼아

열심히 사진 찍어주기^^​

솔직히 우리 둘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다이어트를 독하게 했다.

자기 만족? 서로에게 예뻐 보이려고?

...모든 게 이유가 될 거다.

이십대의 마지막 여행.

실은 이번에도 밤비를 만나러 캐나다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극구 반대.

'차라리 어디 여행을 가라'고...ㅋㅋㅋ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로써 이번 발칸 여행은

허락받은 우리의 첫 유럽 여행이 되었다.

 

'자그레브'하면 가장 상징적인 건물로 떠오르던

산 마르코 성당.

붉은색과 푸른색의 타일이 마치 장난감 집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패턴을 가진 지붕이

많은 사람들을 성당으로 잡아 끌었다.

 

그러나 요 성당 앞에서는

굉장히 어수선하고 난잡한 공사현장이 펼쳐져 있다.

(아쉽아쉽)

산 마르코 성당을 지나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발길 닿는 대로 좌측 골목으로 들어서자

크로아티안 할아버지의 버스킹이 들려온다.

발칸에서 처음 만난 버스킹.

 

수준급의 기타 실력에

'자유롭고 멋진 영혼'의 유러피언의 상징인

하얀 수염을 자랑하는 할아버지에게

정중히 사진 촬영을 요청한 밤비.

(나도 찍고 싶었다규!)

할아버지로부터 엽서를 받아 든 밤비.

참 넉살도 좋아-

 

버스킹하던 할아버지를 지나니

골목 끝의 푸니쿨라와 마주한다. 

매우 짧은 거리를 오가지만

자그레브의 명물이라 안 타면 섭섭할 것 같은 푸니쿨라.

 

하지만 우리는 타지 않았다.

 

 

날이 참 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의 열기가 사진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이렇게 iced lemonade를 사먹을 구실을 찾았다.^^)

 

음료에서 비싼 물가를 실감했으나,

그놈의 물가 따위, 내 갈증을 막지 못했다.

노점 옆에 귀여운 미니카와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며 멋대로 포즈를 취한 윗니양^^

 

긴 계단을 따라 내려오니,

높은 건물 사이 트램 레일이 곧게 뻗은 길이 보인다.

특이하게도 분명히 다른 건물인데

마치 우린 이웃이라는 듯 따닥따닥- 밀착되어 있다.

 

왼쪽- 오른쪽- 트램이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길을 건넌다. 

 

부드러운 크림케이크가 아-주 유명하다고

'트립어드바이저가 알려준 맛집' 빈첵.

줄서는 맛집을 찾아 가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크림케이크는 꼬옥 먹고 싶었다.

 

시큰둥한 밤비에게 이를 어필하자

마지 못해 가게로 들어서는 그.

과연, 예상대로 사람이 많기는 하였으나

운 좋게 앉을 자리가 남아 있었다!

 

크림케이크 하나와 음료 두 병을 시켜

나만... 거의 나만... 먹었다.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표정을

사진 상에서 볼 수는 없으나

내 표정이 저 스티커보다 더 밝으면 밝았지

결코 뒤지지는 않았다.

크림케이크는 굉장히 부드럽고

입안에서 살살 녹았으나,

크지가 아주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먹기엔 상당히 느끼했다.

 

2-3명이서 디저트로 하나 시켜

같이 먹으면 딱 적당할 듯하다.

 

빈첵을 빠져 나오니 여전히 밖은 밝다.

어디 가지? 고민하던 찰나,

"아, 우리 오늘 비행기 타고 왔지?"

 

여행의 첫날은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잠을 이룰 수 있을까 걱정은 되지만

어-쨌든 우리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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