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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칸유럽

[2018/07/25] 카미노 커플의 발칸 유럽 여행기 [크로아티아_자그레브①]

휴가 시작과 동시에 발칸으로 떠나게 되었다.

하루쯤 충분히 쉬면서 천천히 짐을 꾸리는 게 어찌보면 효율적이지만,

난 그 하루도 가만히 있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남자친구(밤비)에 대한 그리움의 용량이 초과된지 오래였으니까.

우리의 여행은 동유럽과 발칸의 7개국을 자유롭게 다니는 일정이다.

(but 성수기이므로 숙소는 예약해두었..)

 

퇴근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슝슝. (완전 신나!)

 

실은 며칠 전 이미 짐을 다 꾸려 놓고 침대 맡에 요래 전시해두었다.

이제 마지막 순간에 싸야 하는 짐(파우치라든가..)까지 꼼꼼히 체크한 뒤,

3년째 우정을 쌓고 있는 나의 소듕한 배낭에 짐을 욱여 넣기 시작

..할 것도 없이 거뜬히 들어갔네?

무게는 8kg정도니까,

메고 다니는 데도 무리 없이 완벽쓰!

 

밤비는 캐나다에서 몇 번의 경유를 통해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공항으로 오는 일정이라

이미 출발했으므로 현재 연락이 닿지 않음.​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여행 시작이라는 생각이므로,

공항 가기 전의 스케쥴을 나름 짜 놓았다. ㅎㅎㅎ

'공항에서 뭘 사 먹게 되면...?

출발하는 층은 일반적인 물가의 1.5~2배, 출국 수속 후, 게이트 근처는 2.5~3배니까...'

 

집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려 오천원짜리 훈제 연어 김밥을 사기로 결정^^

(2019년, 지금은 없어진 나의 사랑 Café Izarie)

​시간도 많겠다, 짐도 딸랑 배낭 하나겠다,

공항버스 리무진이 아닌 지하철을 이용하여 공항에 가기로 한다.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을 한껏 즐겨준다. 

내가 얼마나 설렜냐면...

​여행을 준비하면서 토퍼까지 주문 제작했다. 캬캬캬

 

도착해서 티켓 발권하고 짐 부치고, 미리 사둔 김밥을 냠냠 먹었다.

정말 운 좋게도, (욕심을 다 내려놓을 때 비로소 행운이 찾아오는 법인가.)

티켓 발권할 때 내게 비상구 자리로 바꿔드릴까요? 묻는 직원의 말에

놀람과 기쁨이 공존하는 눈빛으로 "네!!!" 하였다.

 

(이하 생략)

드디어~ 비행기 탑승!

​넘나 넓고 쾌적한 비상구 자리.

왼쪽엔 한국인, 오른쪽엔 이라크인.

한국분은 기내식도 모두 마다하고 잠만 쿨쿨 주무시고,

이라크 아저씨와는 간간히 수다를 떨었는데

몇 달만에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러 가신다고.

카타르 도하를 거쳐 이라크까지 가는

굉장히 먼 여정이라신다..

 

나도, 나도.

오랜만에 사랑하는 사람 만나러 가는데...헤

​입맛이 즈언~혀 까다롭지 않은 나는

기내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아주 그레잇하게

카타르 도하까지의 [비행1]을 마쳤다.

 

​몇 시인지 가늠도 안 되고 딱히 중요치도 않지만

일단 너어어어무 졸렸고,

2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할 때

경유한 경험이 있는 카타르 공항에는

여성 수면실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직원에게 물어 물어 수면실 발견!

뭐 잠을 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누워서 1시간정도 휴식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 들르기^^

 

여행이 이미 끝났으니 끄적이는 사실!

오랜만에 만나는 밤비에게

세상에서 최고로 예쁘게 보이려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샤랄라 원피스로 환복,

29년 인생 중 가장 열심히 꽃단장을 했다는. 하하

 

긴 비행 후, 입국 수속 & 짐 찾은 다음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러 미모 체크하기^^

오케이, 이만하면 호박에 열심히 줄 그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세상 사랑스런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밤비.

 

이렇게 키가 컸나, 감탄1

이렇게 멋졌나, 감탄2

와 우리 5달만에 드디어 만났다, 감탄3

 

솔직히 그를 만나기까지 요 며칠

걱정 가득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는데

그를 만난 순간 근심따위 스르르르ㄹ..

우린 뒤뚱거리며 포옹하다,

서로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고

 

둘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까지 이동하기는 하였는데

그곳은 분명히 한 나라의 수도이고

기차역과 시청사가 있는 중심가인데...

뭔가 후줄근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골목 골목마다 크레인이 널브러져 있고,

공사 중인 길은 난잡하게 파헤쳐져 있었다.

불현듯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이런 데 숙소가 있다고...? 혹시 주소가 잘못 된 게 아닐까?

2. 공사 현장 한복판에 있는 숙소라니, 잠 다 잤다.

 

정말 뜻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우리의 숙소.

그래도 직원 친절, 숙소 컨디션 나쁘지 않음.

 

나름 수십 번의 여행 역사 중,

고급진 호텔에서 묵어본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유럽인데- 라는 생각을 하며 마주한

우리의 첫 발칸 유럽 여행지인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의 첫 인상은 말 그대로 조잡했다.

 

하지만 뭐 어쩔 거여.

우린 뚜벅이, 알뜰 배낭족인데,

그 컨셉에 꼭 어울리는 첫인상이기도 했다.

 

숙소에서 장시간 비행의 묵은 때를

가벼운 샤워로 씻어내고는

필요한 짐을 스몰 백팩(보조 가방)에 넣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약 5분.

배가 좀 고프지만,

내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할 기차를 예매하는 일이 급선무다.

티켓 예매 후,​

밤비가 미리 찾아 둔 HERITAGE라는

로컬 Street food를 파는 가게로 향한다.

무얼 시켰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Maybe 블랙 트러플이 발라진 프로슈토(?)와

그리고 빵의 퍽퍽함을 해결해줄 음료. 

건강하면서도 싱싱한 식감의 샌드위치는

부담없으면서도 증말 맛났다.

 

하지만 크게 미안한 점이 하나 있다.

돈 계산을 하다 한참 뒤에 깨달았다.

나오기 직전 요래 사진까지 함께 찍어놓고

계산을 안 하고 나왔다는 것.

 

"공짜 샌드위치는 참 맛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