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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캐나다

3박 4일 록키 마운틴 투어 - 둘째날 -

숙소가 워낙 조용해서 푹~ 잤다.

전날 즐겼던 윙의 향기가

아직도 입 안에 잔잔히 남아있다.

 

예정대로 새벽 5시 반이라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여

6시 25분에 로비에 모였다.

투어 사람들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어린 아이들까지도

일찌감치 준비를 마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다 함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을 아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실망스럽게도 과일이나 샐러드가 없었다.

시리얼, 빵류, 와플을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기계가 있었는데

아침부터 밀가루 파티를 하니 속이 좀 더부룩했다.

 

 

패키지 투어의 장점이자 단점이랄까,

조식을 먹는 것조차도 '빨리 빨리'였다.

알차긴 하지만 뭐 하나 충분히 즐길 시간이 없는...

 

급하게 조식을 먹은 후

방에 들러 얼~른 짐을 정리해서

7시 15분에 로비에 집합해야 했다.

 

우리 커플은 1분 늦었고,

가이드님은 우리에게

"늦었으니 전체에게 커피를 사야한다"며

진심 반, 농담 반의 말씀을 하셨다.

 

난 워낙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해서 내심,

'패키지 투어에서 늦는 건 민폐인데 정말로 커피를 사야 하려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지, 사람이 한두명도 아니고...'라며

다시는 늦지 말라는 경고쯤으로 받아들였다.

 

가이드님은 우리 커플을 '새댁', '신랑'으로 부르셨다.

졸지에 신혼 부부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이 시기에, 이 나이에,

어느 커플이 룰루랄라-

캐나다 여행을 오겠나.

 

어제 버스에서 이동하는 내내 잠이 쏟아졌는데,

오늘은 숙소에서 푹 잤다는 자신감도 잠시,

이동하기 무섭게 또 잠이 쏟아졌다.

그 모습을 장난스럽게 카메라에 담은 밤비.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님께서

캐나다 역사, 지명 및 유래 등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뒷자리인 데다가

자다 깨다하느라 듣는 둥, 마는 둥...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록키 근방은 겨울에 눈사태가 워낙 잦아서

도로가 자주 폐쇄된단다.

돌연 '버스가 고장나서 몇 시간동안 멈춰있다 가야한다'

가이드님의 장난으로 절망감에 빠졌으나

버스가 멈춰 선 곳은

'라스트 스파이크(Last Spike)'였다.

장꾸 스마일 양 가이드님ㅋㅋㅋㅋ

 

그곳에는 캐나다의 철도 회사인

CPR의 오너이기도 한 어느 사람이

마지막 연결 구간의 못을 박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투어의 서비스 차원에서

투어객들의 사진을 찍어주시는 가이드님께서

팀 별 사진을 찍어주신단다.

 

내 성격같으면 좋다고~ 가서 찍었겠지만

자타공인 사진작가 밤비 덕에

우리는 둘만의 포토 타임을 즐겼다.

 

 

가이드님이 단체 사진을 찍겠다며

모든 투어객들을 모았다.

 

 

우리는 쌓인 눈을 두 손 가득 들어올린 뒤,

셔터에 맞추어 하늘로 흩뿌렸다.

나름 로맨틱하고 특별했다.

 

 

사진을 찍어주시고는

있는 생색, 없는 생색

다 내시는 가이드님 ㅋㅋㅋ

 

찍은 사진을 바로바로 버스에서

큰 화면으로 보여주셨다.

굿 서비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곤돌라를 타는 것인데

언제 눈사태가 나 도로가 폐쇄될지 몰라 초조했다.

 

그러나 가이드님의 말마따나

정말 운 좋게도 도로가 폐쇄되지 않아

레이크 루이스에 가기 전,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이지만 설경을 즐길 수 있는

에메랄드 호수에 들렀다.

 

 

멋지게(그러나 급하게)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배가 그리 고프지 않은 상태이나

먹으라면 먹는 것!

가이드님이 스테이크를 썰러 갈 거라며

잔뜩 기대감을 주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닌,

레이크 루이스 초입의

중식당으로 들어간다.

 

 

스테이크 넘나 질기고 즈질인 것...또르르

심지어는 시간이 없다며

20분쯤 먹자 일어나라며 재촉재촉!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급하게 나왔다.

 

 

드디어 레이크 루이스로!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호텔,

겨울이면 꽝꽝 얼어서

스케이트장 또는 하키장으로 사용되는 호수,

얼음으로 지은 성(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몸 녹일 겸 호텔 안에 들어가

기념품샵도 구경하며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호화스러운 호텔에 온 김에

장도 한번 비워주고...하하하

 

자, 이제 밴프 공원의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간다.

우리는 14일에 밴쿠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곤돌라를 탈 예정인 지라

오늘은 곤돌라를 타지 않기로 했다.

(가격이 어마어마했음)

 

 

사람들이 곤돌라를 타러 간 동안 우리는

낮은 전망대에서 록키 산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1층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하호호 수다를 떨며,

셀카를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투어객들이 돌아오고,

우리는 보우강을 지나

(배는 1도 고프지 않지만)

저녁을 먹으러 밴프타운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버스를 대고 식당로 향하는 도중,

교차로에서 돌연 단체사진을 찍자시는 가이드님의 말에

신호등 초록불이 켜진 약 15초 사이에

후다다다다닥, 사진을 찍고 한식당으로 갔다.

 

 

우리 커플은 느릿느릿 제일 늦게 식당으로 들어가서

찢어져 앉아야 했다 ㅜ.ㅜ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이랑 얘기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장모님을 모시고 온 사위와 딸 3명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붙임성이 좋은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 세 분 모두 뭔가 무뚝뚝-해서

반응이 영...

소심한 나는 그 이후로 그저 먹기만 ㅋㅋㅋㅋㅋ

 

밤비가 있는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니

스페니쉬 커플과 영어로 폭풍 수다를 떨고 있었다.

밤비에 비하면

내 붙임성은 어디 갖다 붙이지도 못할 수준이군

ㅋㅋㅋㅋㅋㅋㅋ

 

 

저녁 메뉴인 소고기 샤브샤브는 나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조금만 먹었다.

 

저녁 식사 후, 40분을 달려

카나나스키스라는 곳으로 간단다.

 

버스 안의 불이 소등되고,

빡빡한 일정에 사람들 모두 곯아떨어졌지만,

우리 커플은 내내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 순간 또한 행복한 기억 중 하나로 선명히 남아 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 경이었다.

G7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는

델타 롯지 카나나스키스 빌리지!

 

숙소가 매우 좋다는 흥분 섞인 가이드님의 말씀.

지하에 수영장, 짐, 사우나 등이 갖춰져 있는데

밤 10시까지만 운영한다기에

우리는 숙소에 짐만 내려 놓고

수영복을 챙겨 바로 사우나로 고고!

 

그런데 기대했던 온천은

안전 상의 이유로 출입을 통제한다기에

급! 절망...ㅠㅠㅠㅠ

수영은 별로 하고 싶지 않기에

우리는 건식, 습식 사우나만을

잠깐씩 들어갔다가 씻고 나왔다.

 

저녁을 조금 먹은 우리는 허기가 져서

새벽 2시까지 운영한다는 숙소 펍으로 향했다.

매우 시끌벅적하고 취기가 잔뜩 오른

흥 넘치는 투숙객들로 붐비는 펍.

 

우린 베이비 립, 얌 프라이, 쉬림프 프라이를 먹었다.

점심, 저녁보다 훠얼씬 푸짐하게 먹었다.

 

 

게다가 처음 먹어 본 얌 프라이는

담백하면서도 적당히 달아서 완전 내 스퇄>.<

솔직히 단체 패키지 투어가 우리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짧은 시간에 이런 저런 스팟을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방으로 들어오니, 잠이 쏟아진다.

밤비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알차서

너무 행복하면서도

시간이 가는 게 두렵기도 하다.